- 작성자 : 강남서울안과
- 작성일 : 2024.05.04 15:32:12
'VIP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분이거나 아주 잘 아는 지인을 치료할 때 오히려 치료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다는 징크스 같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징크스 같은 미신으로 치부하기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말입니다.
의료에서 진단과 치료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하고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알고리즘이 비록 불편하며 위험하고 비용이 드는 선택일지라도 의학적 판단에 의해서 수 많은 선택 과정과 피드백을 받아 진행하게 됩니다. 의학은 수학처럼 1+1이 2가 되는 것 아니고 2가 될 확률이 높은 곳에 선택을 하는 과정이기에 반드시 실패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위험한 외줄타기의 연속이지요.
의사도 인간이어서 지인이나 VIP에 대한 부담이 있습니다. 수학적이라면 과감히 선택을 하겠지만 실패의 가능성이 있는 확률이라면 성공의 환희보다는 실패의 불편함이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머리는 수술을 선택하지만 입은 경과 관찰을 말하고 몸은 그것이 당연한 듯 행동하지요.
노안의 경우, 아직은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도 의학적 분석 결과에서 향후 노안이 급격히 나빠지고 수술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으며 백내장까지 도사리고 있다면, 일반 환자에게는 편리함이나 비용 그리고 위험성 등을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있는 그대로 통보하지만 VIP나 지인인 경우에는 실패의 두려움이 객관적인 분석을 희석시키고 현재의 의사의 평온한 마음을 위한 선택을 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런 징크스를 없애기 위해서 VIP 환자는 불편하더라도 정규 코스대로 진단 과정을 거치게 하고 정말 엄격한 의사는 그 환자가 VIP인지 모르게 블라인드로 수술을 진행하도록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보통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지인 의사에게 미리 알려주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라리 VIP인지 모르고 진료와 치료를 하는 것이 결과는 더 좋습니다.
요즘은 저도 지인이나 VIP 환자들에게 배려보다는 단호하게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노안이 있어서 의학적으로 판단했을 때 수술을 해야 한다면 그대로 통보하는 경향입니다. 안구 건조증으로 문의하면 예전에 인공 누액만 쓰라고 했지만 지금은 비용이 들고 치료의 번거로움이 있어도 과학적 선택(IPL, 결막 고주파 성형술, 리피플로우)을 권고합니다. 환자에게 편안한 환대가 되려 불편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